모노&다이얼/세상에말하기
2007/10/24 20:50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중국 심양이다.
꽤 오래되었으니 그런데로 중국어도 구사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심양을 중국어로 발음하려면 상당히 어렵다. 선양도 아니고 썬양,센양도 아니고 쎠냥도 아니다. 션양도 아니고 셴양도 아니고 세이양도 아니다.
심자의 ㅅ 가 혀를 말아서 발음하는 권설음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발음하기엔 상당히 어렵다. 가끔 외지에서 심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 경우, 발음 때문에 곤란을 겪을 경우가 있다. 내가 심양을 중국어로 발음하면 터미널 매표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몇 번이고 같은 발음을 되풀이 해야만 그제서야 겨우 알아듣는다.
이렇게 난감한 발음을 한국의 매스컴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한다고 간단하게 선양이라고 쓴다. 주선양한국총영사관, 주선양한국인회... 이런 식이다. 인근의 다렌도 마찬가지다. 실제 근접한 발음은 <따리엔>이다. 그런데 공식적인 표기는 다렌이라고 한다.
어떤 신문에서는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한다고 인민일보를 런민르바오 라고 쓰기도 한다. 장개석을 창카이스 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중국이란 나라명은 쭝궈..라고 쓰지않는다. 중국도 엄염한 고유명사가 아닌가? 한자어와 고유명사가 섞여있으니 참 꼴이 우습다. 주중베이징대사관, 주중선양영사관... 글자를 뜯어보면 다 한자어다. 그런데 중간에는 중국식발음으로 표기하였다.
인명이야 워낙 고유명사라서 발음 그대로 쓰는 것이 좋을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훠구어펑, 쩌우언라이 (화국봉, 주은래) 라고 하면 대부분 한국인들은 그 들이 대체 누군지 모를 것이다. 삼국지의 유비와 관우,장비,조조를 중국식 원음으로 표기해야 한다면 그들이 대체 누군지 알겠는가?
우리나라의 한자어에 대한 외래어표기법은 모순투성이다. 미국같은 나라야 애초부터 한자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서 중국발음대로 표기하는게 도리겠지만 우리나라엔 옛날부터 아무 이상없이 사용해온 한자어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갑자기 만다린 발음으로 적어야하 것은 이치에 맞지않다.
중국에서 진따이쭝을 우리가 발음하는 대로 김대중이라고 불러줄 리는 만무하다. 우리 국민들이 이제까지 나름대로 사용하던 표기방식을 버리고 굳이 만다린발음을 일부러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중국인들이 볼 때 참으로 친절한 문교부氏 일 것이다. 역시 소국에서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구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어렵게 만다린어로 발음할라치면 뭔가 모르게 사대주의적 냄세가 물씬 풍기는 것 같다. 물론 외래어표기법엔 관습적인 지명이나 인명은 이전의 표기법을 병행해서 써도 무방하다고 되어있다. 심양이나 선양이나 다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가기관에서 나서서 어색한 선양이라는 표기를 기본으로 쓰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언어는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것이지 중국사람들의 편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이전처럼 우리 방식대로 적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정 필요한 경우에는 북경(北京) 혹은 북경(베이징) 이런 식으로 표기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원래부터 이민족의 영토였던 우루무치같은 특수한 지명(소수민족 발음을 한자식으로 표기) 들은 그냥 우루무치로 표현하면 된다.
세종대왕께서도 한글창제 기본정신으로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라고 분명이 명시하였다.
우리가 아무리 중국식발음으로 표기한들 대부분의 중국사람들은 알아듣지도 못한다. 중국어는 사성이 있고 ㅂ ㅈ ㅆ 등의 발음도 우리와 많이 달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비슷하게 발음을 하여도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가 먼저 나서서 중국발음으로 고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발상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우리가 나서서 창바이싼이라고 표기를 해준다면? 그건 맞아죽을 일이다. 그렇다고 백두산 명칭만은 지킨다고 외래어표기법을 적용해 백두산을 바이터우싼이라고 하면 그것 역시 우스운 노릇이 아니겠는가?
지금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서 한국의 고구려 발해 역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공정도 사실 고구려 발해시절에 우리의 고유의 언어가 없다보니 자료부족으로 당하고 있는 사안이다. 언어는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국가와 민족은 무엇보다도 언어를 지켜야한다.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도 지명이나 인명을 연길,심양,장춘 이런 식으로 한국식 한자어표기법으로 쓰고 있고, 또 그것을 지키려고 눈물겹게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오히려 만다린발음(짱께발음)을 사용하는 것을 법이랍시고 만들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차원에서 그동안 한자어표기에 혼란이 있었기에 일관된 규정을 만들어 통일시키려는 의도는 행정적으로 이해가 가지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어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외래어표기같은 문제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문제가 없다. 문화는 제 스스로 우열을 가리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나가는 법이다. 나는 주선양총영사관보다는 주심양총영사관이 더 좋다. 그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외래어표기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와 민족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그저 개혁이랍시고 만들어낸 것 같다.
언어문제에 있어서만은 우리방식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언어는 우리의 문화 그 자체이다. 한국의 매스컴에서도 아무 생각없이 만다린발음을 적어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는 건지 심히 걱정스럽다. 국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영어에 목매다는 우리나라의 교육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에는 제대로 국가관과 민족관의 개념이 있는 후보가 나와서 공약으로 이런 언어와 문화적인 공약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Binna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