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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장의 사진/포토에세이 2007/11/02 21:58




단풍이 온전히 물들지 않았던 지난 10월 중순, 속초의 영랑호를 나혼자 한바퀴 돌면서, 가을이 깊어가는 호수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영랑호는 바다의 모래가 쌓이면서 바다와 분리된 석호로서 가끔 바다 물길이 통하면서 바다생물들이 민물고기들과 함께 공존하는 특이한 곳입니다. 어렸을 적엔 이곳에서 뚝치도 잡고 숭어도 잡았습니다. 이번에 보니 바위에 홍합(섭)과 따개비 굴도 자라고 있더군요. 호수의 생태계가 회복이 되고 있는 증거라서 매우 기뻤습니다.

영랑호는 수초로 둘러싸인, 사시사철 철새들이 노니는 낙원이었습니다. 겨울철에 얼지않은 호수 한복판엔 고니들이 모여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곤 했습니다. 시민들은 봄가을에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겨울에는 얼음위에서 썰매(빙구)를 타고 스케이트도 타던 곳입니다. 언젠가는 얼음위를 걸어 고니들이 있는 곳까지 다가간 적도 있었습니다. 밤에는 달빛어린 호수면 위로 고기들이 펄떡펄떡 뛰어오르곤 했습니다.

그러나 개발이란 명목으로 영랑호는 황량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은 오염이 되고 골프장과 레저시설의 생활하수 축산하수와 시멘트포장길이 호수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아름다운 갈대와 습지들이 사라졌습니다.

그러기를 20여년... 이제사 영랑호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갈대숲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수질개선에 노력을 쏟은 결과 이제 영랑호는 다시 시민의 호수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 정취를 온전히 살려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여서 마음 한 구석이 여전히 쓸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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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둘레는 7.8킬로미터로 조깅코스에 딱 적당한 거리입니다.
걷기에는 다소 거리가 길지만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이용하면 한결 상쾌하게 호수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호수순환도로는 자전거와 조깅에 알맞게 산책길이 정비되어 있습니다. 이 날도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 인라인, 조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고향에 돌아오면 이 곳은 저의 조깅코스가 될 것입니다.

동명동 쪽에서 영랑호로 들어서면 보광사라는 작은 절이 보입니다. 이 전에는 아주 작은 절이었는데 조금씩 증축해서 지금은 어느정도 규모를 갖추었습니다. 주변의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첫 소풍장소가 바로 이 곳 보광사였습니다. 사생대회도 가끔 이곳에서 열리곤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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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사에서 나와 가을꽃이 흐드러진 아름다운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영랑호의 상징인 범바위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범바위는 별로 높지 않지만 올라가려면 숨이 찹니다. 이 곳에 올라서면 높은 바위의 형태가 매우 가파르고 미끄럽기 때문에 상당한 공포감을 자아냅니다.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겁이 나는 것은 여전하더군요. 벼랑쪽으로 다가가면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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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인라인과 자전거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인라인타시는 분들의 나이가 60대 중반입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시간이 지나면 나도 저런 모습으로 이곳에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속초는 해양성기후로 인하여 겨울에도 남쪽지방같이 따스합니다. 그래서 이 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산책이 가능합니다. 속초는 기후나 자연환경이나 모든 면에서 실버타운으로 아주 적합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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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인공적으로 갈대숲을 조성한 장면입니다.
두루미와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도 눈에 띄는군요. 생태계가 회복이 되어 호수에 먹이감이 많아진 모양입니다. 갈대숲은 보기가 좋지만 그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들은 키와 수종이 호수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더군요. 급하게 조경작업을 한 결과이겠습니다만 산책로에서 호수가 잘 보일 수 있는 키작은 수종 위주로 조경을 다시 해야겠더군요. 호수와 갈대와 들국화는 가을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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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호는 신라의 화랑인 영랑이 화랑무리들과 함께 노닐 던 곳이라고 합니다.
영랑은 친구들과 함께 범바위에서 배를 띄우고 멀리 울산바위, 달마봉, 설악산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거울같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풍류를 즐겼겠지요. 영랑은 이곳의 풍광에 빠져 무술시합도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흐려서 달마봉만 겨우 실루엣으로 보이고 울산바위는 구름속에 파묻혀 버렸군요.
날씨가 좋은 날에 영랑호변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호수와 울산바위의 풍경은 오늘 날에도 누구라도 신라시대 영랑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버립니다. 영랑호는 마치 설악이 푸른 바다를 보고 떨군 눈물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호수같습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이중환은 영랑호가 숨겨놓은 구슬같이 아름답다고 택리지에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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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리길을 걸어나오니 바로 앞에 에머랄드 같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여기서부터는 호수가 아닌 갈매기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의 산책로가 시작됩니다. 파도소리가 아름다운 영금정과 운치나는 등대에서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고 동명항에서 저렴하고 싱싱한 회를 맛보는 것으로, 호수와 산과 바다가 있는 영랑호 산책이 드디어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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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속초에 오시면 영랑호 한바퀴... 잊지마세요.

영랑호 사진 70여장을 피카사웹 슬라이드로 구성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