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포토에세이
2008/01/20 22:23
오늘 신문보도를 보니 북한의 신의주가 변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단동시에서 건너편이 있는 각종 건물들이 해가 지면 빨간색, 파란색, 녹색의 화려한 조명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 강변쪽에서 200∼300m가량 뒤로 물러나 있는 건물이나 아파트단지에도 촘촘히 켜진 전등불이 제법 볼 만한 야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변을 따라 군데군데 가로등이 켜져 있는 광경도 목격됐다."
이 기사를 읽다보니 2년 전에 단동에 가서 북한 신의주 땅을 카메라에 담은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밤에 불빛 하나 없는 신의주를 바라보면서 무척 맘이 아팠었다. 단동의 화려한 야경과 대비가 되어 더욱 초라했던 신의주의 밤...
그런데 그 암흑같았던 신의주가 밝아지고 화려해지고 있다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당장 단동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날씨도 추운관계로 나중에 날 풀리는 봄이 되면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다. 당시 찍었던 사진과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들을 다시 이 곳에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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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Gallery - Brave Two World |
| 꽃피는 봄날 압록강변에 발칙한 두 세상이 펼쳐진다. 봄이지만 봄같지않은 칙칙한 북조선을 배경으로 화사한 중국의 신혼부부가 보란듯이 진한 키스를 나눈다. 압록강은 무심히도 흘러간다. 강 깊은 곳에 감춰둔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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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 측량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 압록강변에서 |
2006년 봄, 압록강변에 도착하였다.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은 압록강이다. 단동에는 일 때문에 가끔 들렀지만 전에 한번 와 본 곳이라 강변까지 나올 생각은 들지않았었는데 이번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들러보았다. 전날 번개와 비가 뿌리더니 그런대로 날씨는 화창한 편이다.
봄을 맞은 단동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10년전에 보았던 단동은 정말 많이 변해있었다. 강변에 다다르니 강건너 북조선 신의주 땅은 10년이 지나도록 변한 것이 없다. 쓸쓸한 마음에 이리저리 거닐면서 사진을 찍었다. 625 당시 폭격을 받아 끊어진 압록단교에 올라서 북조선땅에 가까이 가보기도 하였다.
수십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손님들을 태우고 북조선 땅 가까이 가기 위하여 부지런히 움직였다. 쉴 새없이 움직이는 보트와 유람선과 관광객들...나도 유람선에 올르기로 하였다. 유독 회색빛 가득한 북한땅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그들은 방금 저 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강 건너편의 북한주민들은 오늘날 단동시의 주요한 관광상품이다. 동물원 구경가듯이 수많은 유람선이 강 건너편을 향해 발진한다. 북한땅에 가까이 다가간 관광객들은 그들을 향해 무언가를 외친다. 헬로~ 아유 해피?....10년 전 이들처럼 나도 보트를 타고 가서 북한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었다. 가끔은 북한사람들이 답례로 손을 흔들어준다.
유람선이 북조선 땅 가까이 다가간다. 유람선이 북한땅에 가까이 갈 무렵, 다른 배위에서 어느 중국의 신혼부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봄이지만 여전히 잿빛 가득한 북한땅과 멍하니 바라보는 초라한 북한주민을 배경으로 환희의 퍼포먼스를 벌인다. 이 아름다운 봄날의 잔인한 현장...수많은 신혼부부들이 꽃이 가득한 보트를 타고 강 건너편을 순회한다.
유람선이 북조선 땅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나는 연신 셔터를 날린다. 85미리 렌즈로 담기엔 거리가 멀지만 기회는 또 오지 않는다. 북한 땅에도 개나리와 신록이 한창이다. 하지만 한 국가의 국경지대인 이곳, 그것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관광차 현장을 확인하러 오는 이 곳이 너무나 썰렁하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밤에 나와 신의주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을 세어보니 그 넓은 천지에 불이 켜진 곳은 네 군데 뿐이었다. 가로등과 건물을 포함하여 단 4개의 등...
유람선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부자지간의 대화내용이 들렸다.
" 어휴, 북조선 배들이 너무 형편이 없어"
21세기의 태양 위대하신 김정일 장군...
이곳사람들은 햇볕정책으로 인하여 오히려 북한인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전에는 민간차원에서 엄청난 원조가 들어가서 주민들이 혜택을 받았는데 지금은 공식적인 루트에 밀려서 김정일과 군대만 지원하는 꼴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김대중이라는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를 절래절래 흔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상과 현실은 항상 뒤틀리는 법...
한바퀴 돌고 유람선에서 내리니 마음이 싸해진다.
오후가 되니 압록강에 물이 차오른다. 더불어 내 맘에도 슬픈 감정이 차 오른다. 압록강의 물은 측량기로 측량이 가능하겠지만 분단의 아픔, 단절의 아픔이 빚어내는 슬픔은 누가 측량을 할 수있을까?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저마다 나서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압록강변에 서서 현실을 보라. 저편의 고요한 슬픔과 이편의 씨끌벅적한 축제의 눈물나는 컨트라스트들을...
만조의 시간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강변에서 물축제가 펼쳐진다.
서글픈 북한땅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축제... 하늘과 강에 물기둥은 솟구치고 낙하한다. 사람들은 변화무쌍하게 솟아오르는 분수의 춤에 환호한다. 하지만 환호는 잔인하다. 분수의 춤인지 눈물의 춤인지...아 하늘이여. 부디, 저 땅의 눈물을 거둬주소서.
우리에게 정말 염원이 있다면 우리는 울어야 한다.
울지않는 염원은 거짓이다. 아파하지 않는 염원은 사기다. 우리는 울지도 않으면서 참 많은 노래를 불러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평화와 공존과 민족을 이야기하면서 아무도 아파하지 않았다.
북한주민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그들의 실상을 보지않았다. 통일과 민족은 우리네 세상에서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한 강팍한 투쟁의 명분일 뿐이었다. 오늘 수많은 관광객들도 보지 않으려한다. 저 강너머 땅은 이제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유람선을 타고가서는 남모르는 대리만족과 위안을 즐기는 동물원이요 요란한 잔치의 배경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가능하다면, 우리는 정말 눈을 뜨고 현실을 들여다 보아야한다.
우리가 민족과 역사를 위해 정말 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나중에 정말 후회하지 않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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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SlideShow - Spring of Dandong,Chin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