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란 무엇인가?
아마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그 때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명품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아마 인터넷과 블로그가 그 목록에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인터넷은 인간의 사는 형태를 바꾸었지만 블로그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 그 자체를 바꾼 툴로 기억이 될 것이다.
뭔 소리인가 하면...
블로그는 이제까지의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전혀 자기표현 방식이기 때문이다. 자기표현이란 인간의 본능이다. 모든 생각과 느낌,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곧 자아의 표출이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명예와 권력 그 자체였다.
그런 본능의 개인적인 표출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이 전의 전통적인 수단에서는 거의 불가능하였다. 자기표현의 전통적인 방식은 문학이나 예술, 혹은 음악공연들이었는데 그것들은 재력과 평판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자기표현은 처음부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책이나 그림으로 표현되었으며 근세에 도달해서야 대중출판물을 이용할 수 있었고 현대엔 방송이나 TV를 통해 그런 표현의 기회를 잡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어려웠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자기의 글을 실어주지 않으면 자신의 글을 발표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할 수 없다. 그림이나 사진도 공식적인 전시회를 통하지 않으면 자신의 작품을 남에게 전시할 수 없었다. 신춘문예나 응모전은 어느정도 표현의 자유(권위)를 획득하기 위한 처절한 도전의 대상이었다. 그만큼 개인들에게는 자기표현의 본능은 철저히 제한되고 억눌려왔던 것이다.
그런 제약을 블로그란 수단이 없애버렸다. 블로그를 통하여 자신의 글과 사진이나 그림을 타인에게 무한정 보여주는 길이 생긴 것이다. 창세 이래 인간의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허용된 적이 없었다. 블로그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획기적인 발명품인 것이다.
블로그는 표현을 하는 곳이다.
인간은 표현의 본능이 매우 강렬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본능은 살아가는 에너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아주 많이 자주, 블로그에 대해서 회의에 빠지면서도 또 블로깅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러고보면 블로그는 개인들이 별로 큰 댓가를 치르지않고 거의 무료로, 표현의 본능을 배출하고 표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불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평소에 자주 들르는 블로거의 글에서 평소 블로깅을 하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을 보았고 나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 무언가 글을 남겨야 할 것 같은 의무감 혹은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블로그가 딱히 뭐라고 정의하기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형과 진화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 굳이 정의를 하기보다는 그냥 마음 가는데로 즐기는 것이 상책일 것 같다.
예술이란 보다 더 고급스럽고 독특한 소일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 블로깅, 그 7가지 괴로움
어느 때부턴가 새롭게 시작한 이 일이 즐거움이라면, 그건 뒤집으면 반드시 괴로움일 겁니다. 괴로움을 외면하고 괴로움을 무마하고 괴로움을 깔보다 보면, 괴로움이 즐거움을 덮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 괴로움이 무엇이며 어디서 오는지는, 사실 수수께끼입니다. 그 진상들이 내 인식의 감관(感管)에 붙들렸다 달아났다 합니다. 그것을 나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의 진상으로 들어가기 좋도록, 생각의 문지방을 만드는 일입니다.
첫째, 블로그는 집착입니다.
집착은 집착을 꼬리물고 다닙니다. 작은 집착은 큰 집착이 되고 하나의 집착은 다른 집착과 연대해서 그 마음을 키웁니다. 집착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여 일상을 삼키고 존재를 삼키기도 합니다. 이 집착은, 처음에 그리움이나 즐거움처럼 보입니다. 무엇인가를 그리워 고개를 돌리는 상태, 그러나 곧 그 그리움은 과도해지고, 또 맹목적으로 변하고, 습관이 되어가면서 존재를 피폐하게 합니다.
둘째, 블로그는 갈애(渴愛)입니다.
블로그에는 홀로 있음의 고독과, 떠다니는 군중의 흐름이 있고, 고독 속에 깃든 슬픔과 흐름 속의 광기가 맞물려 있습니다. 블로그는 자기에 대한 끝없는 응시와 사랑의 나르시시즘이 있고, 블로그는 타인을 향한 애틋한 프로포즈와 손짓이 있습니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늘 채워지지 않고, 잠깐 채워졌다 하더라도 더 크게 비어버리는 허기를 낳게 됩니다. 블로그는 무엇인가 아직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과, 이미 표현해버린 것에 대한 공허감과 어떤 구역질같은 것이 공존합니다. 개인은 더욱 소외되고 삶은 부실해집니다.
세째, 블로그는 무상(無常)입니다.
무상이란 늘 한결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한결같은 것은 없으며 모두가 흘러가버리고 만다는 뜻입니다. 블로그의 글과 그림과 노래와 움직임들은 모두 흘러가며, 너무 쉽게 흘러가며, 너무 빨리 흘러갑니다. 어제의 글들은 이미 오늘 낡아 있으며, 어제의 기분들은 이미 나의 기분이 아닌, 낯선 무엇으로 변해 있습니다. 어제의 관계들은 다시 오늘 새로운 피로 수혈되지 않으면 어쩐지 불안하고 서먹하고 쓸쓸하고 석연찮은 관계로 되어 갑니다.
네째, 블로그는 엔트로피입니다.
처음에 단순했던 발언들과 의견들은, 복잡해지고 번다해집니다. 블로그는 처음의 순정과 순수로 되돌아가는 일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블로그는 결국 가득 채워진 혼란으로 종말을 겪게되는, 엔트로피적 전망을 닮아 있습니다. 즐거워지자고 하는 일, 기쁘자고 하는 일이었는데, 어느 새 돌이킬 수 없이 뒤엉킨 나쁜 감정들의 뭉치가 되어 있기 쉽습니다.
다섯째, 블로그는 자기 소외입니다.
가짜 이미지들이 과도하게 블러핑되어 유통되면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코스로 이어져 있습니다. 가짜 자아들이 서로 일정한 서비스 차원에서 허상의 정보들을 주고 받습니다. 블로그는 단순한 세계의 단순한 대화, 그리고 단순한 미디어의 단순한 채널이 가졌던 순정한 정신의 미덕을 잃어버립니다. 언어들은 커서를 밀어내는 깜박임일 뿐이며, 정체성은 블로그 환경이 고안한 허깨비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는 자기 기만의 백화점이며 삶을 이반한 차가운 장이 되기 쉽습니다.
여섯째, 블로그는 문제들을 무통분만합니다.
문제들은 끝없이 생겨나지만 그것은 블로그 내의 '유통상품'일 뿐입니다. 문제들은 다만 조회수와 인기도 따위의 견적으로 평가되며, 그것이 처음에 지녔던 현기증과 울림들이 휘발해버립니다. 블로그에는 내면이 없으며 오직 '표현된 가짜 내면'과 '표현된 과잉 노출'이 기승을 부립니다. 끈기있는 정신은 사라지며 부박한 유행과 우스개와 싸구려 말투가 횡행합니다.
일곱째 블로그는 소모입니다.
알맞은 소비를 지나쳐서, 이미 소모전이 되어버린 습관입니다. 우선 언어와 이미지를 포함한 소통의 수단들을 과도하게 쓰면서, 정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용설명서에 적힌 것들을 이미 모두 위반하여 부작용들이 습관을 이끌어가는 '마약'의 관성입니다. 블로그는, 열 때의 성급한 마음과 닫을 때의 알 수 없는 망설임의 가운데에 펼쳐지는 무의미한 모놀로그와 이미 여러번 반복한 연극 연기입니다. 블로그를 닫을 때는 늘 목이 쉰 기분을 느낍니다. 해야할 말보다 더 많이, 더 크게 소리질러 버린 뒤의 허탈과 환멸, 블로그의 뒷맛에는 그런 상실감과 피로감이 있습니다.
이렇듯 블로그의 괴로움을 늘어놓는 까닭은, 저 괴로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블로그의 즐거움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붙잡아 놓는가. 의무감도 아닌, 기대되는 효용도 없는, 이상한 일락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함입니다. 대체 무엇이, 나를 블로깅하게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빈섬
원본 : http://blog.joins.com/isomkiss/9161197